나희덕, <빗방울, 빗방울>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사선이다세상에 대한 어긋남을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수직으로 흘러내린다사선을 삼키면서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흘러내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출렁거리는 수평선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빗물, 다시 사선이다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나희덕, 나희덕 시인의 시 세계 – 자연,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1. 나희덕 시인 소개나희덕 시인은 섬세한 감성과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기억과 상실, 여성성과 삶의 문제를 탐구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