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나호열, 모든 스스로 그러한 것(自然)은 익고, 숙이고, 땅에 떨어진다.거름이 되어 또 한 세대를 잉태한다.먹고 배불러 한 자루 똥이나 싸지르자 가을은 역설이다
너도 걸었고 나도 걸었다함께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티눈이 박이는 세월을 막지 못하였다어쩌랴 너는 스물두 살에 멈추어 섰고나는 쉰 하고도 여덟 해를 더 걸었으나내가 얻은 것은 평발이 된 맨발이다나는 아직도 스물두 살을 맴돌고 있고너는 아직도 더 먼 거리를 걷고 있을 터느닷없이 타오르던 한 송이 불꽃하늘로 걸어 올라가 겨울밤을 비추는 별이 된 너와그 별을 추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늙은이걸어 걸어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같은 길을 걸었으나 한 번도 뜨겁게 마주치지는 못하였다 나호열 시인 약력 및 작품세계1. 약력 출생: 1957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 학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등단: 1986년 《문학사상》 신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