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업,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30도의 기울기란마음이 먼저 쏟아지지 않는 경사알 수 없는 자력이 몸을 곧추세운다그냥 밟고만 있어도높이가 커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굳이 거슬러 내려가지 않고계단의 물결에 발을 맡길 것이다거슬러 오르는 멋진 오류는 연어의 일한 계단씩 베먹은 사람들의 높은 입그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습관처럼 입을 벌린다외마디 비명도 없이 떠 있는 현기증어떤 뒷모습이라 할지라도 바라보면 쓸쓸한 법꼭 그만큼만 보여주는 생의 짧은 치마넘치지 않는 저울질로 평등하게 내려놓고빈 계단만 층층층 접히는 지평선맞물린 관계 속에서로 먹고 먹히는 다정함의 세계여기울어진 생계들을 떠안고흙이 묻지 않는 보법(步法)으로반복되는 생성소멸오늘밤달은 여전히 발자국 없이 길을 갈 것이다 - 김희업, 김희업 시인(1961년생)은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