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전태일, <스물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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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걸었고 나도 걸었다
함께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
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
티눈이 박이는 세월을 막지 못하였다
어쩌랴 너는 스물두 살에 멈추어 섰고
나는 쉰 하고도 여덟 해를 더 걸었으나
내가 얻은 것은 평발이 된 맨발이다
나는 아직도 스물두 살을 맴돌고 있고
너는 아직도 더 먼 거리를 걷고 있을 터
느닷없이 타오르던 한 송이 불꽃
하늘로 걸어 올라가 겨울밤을 비추는 별이 된 너와
그 별을 추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늙은이
걸어 걸어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
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
같은 길을 걸었으나 한 번도 뜨겁게 마주치지는 못하였다
 
 
 

나호열 시인 약력 및 작품세계

1. 약력

  • 출생: 1957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
  • 학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 등단: 1986년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
  • 경력:
    • 시인 및 문학평론가로 활동
    • 한국작가회의 회원
    • 여러 문예지에서 시 창작과 비평 활동

2. 대표작

  • 시집
    • 《바람 부는 날의 시》 (1991)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1997)
    • 《천둥의 서쪽》 (2005)
    • 《물의 방》 (2015)

3. 작품세계

나호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존재의 근원적인 물음, 그리고 사회적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주요 경향은 다음과 같다.

  1. 자연과 존재 탐구
    • 바람, 물, 나무, 꽃 등의 자연적 요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사유함.
    •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임.
  2.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철학적 성찰
    •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속에서 삶과 죽음, 관계의 의미를 탐색함.
    • 사소한 사물이나 현상에서도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을 담아냄.
  3.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언어
    •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절제된 언어 속에 여운을 남기는 방식의 시적 표현이 특징적임.
    • 섬세한 묘사와 비유적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함.

나호열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일상의 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철학적 성찰이 돋보인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도 깊은 정서와 사유를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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