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빗방울 하나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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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 강은교, [빗방울 하나가 5]

 

창문 두드리며 비가 오네 눈물의 빗줄기
자녀를 위하여 오래 흐느껴온 이세상~ (CCM 중)

지금 창 밖엔 비가 내리죠. 그대와 난 또 이렇게 둘이고요.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말을 잃어 묵묵히 앉았네요. (가요 중)

그랬다, 감수성 예민했던 그시절엔 어쩌다 비라도 올라치면 독서실 어둑한 스탠드 불빛에 기대어 전혀 다른 장르의 두 노래를 조용히 읊조리곤 하였다. 얼마전, 화제가 된 드라마 응팔에 도룡뇽과 덕선이가 그러했듯이 우리의 학창시절엔 학원대신 사설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며, 공상에도 빠지고, 배고프면 옥상에 올라가 라면을 끓이며 인생을 고민했다. 자정이 가까와 집으로 오는 길 친구들과 이문세 노래를 부르며 첫 사랑을 보냈고, 놀이터 시소에 걸터 않아 힘의 논리를 터득하고 그러다 문득, 학창시절의 자유을 억압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해 이유없는 적개심을 품다가도, 금방 친구의 짝사랑앓이에 낄낄대던 철부지들이었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두드림을 경험한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두드리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두드리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만 아니라, 사회적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두드림을 수행한다. 결국 두드림은 두드리는 주체가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그것을 위한 희생과 댓가가 따른다.

수만리 창천에서 세상을 향해 내리꽂던 빗방울 하나가 창문에 부딪혀 쪼르르 삶을 마감하며 외친다. 너는 얼마나 치열해 보았니.
인간의 두드림은 댓가를 바라는 희생이지만, 한 낱 빗줄기의 두드림은 댓가가 없는 희생이다. 자기의 마지막 절명을 통해 콘크리트 같이 굳어진 우리네 마음에 씨앗 하나 심길 홈을 파라고 외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 댓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이 있기에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 인간을 향한 창조주의 진정한 두드림이 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4장20절)

지지리도 말 안듣는 피조물 인간, 자신의 본성인 사랑을 거역할 수 없어 오늘도 고쳐서 함께 사랑하기를 원하는 창조주의 눈물이 빗방울이 되어 오늘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강은교 시인 – 약력과 작품 세계


1. 강은교 시인의 약력

강은교(姜恩喬, 1945~ )는 섬세한 서정성과 깊은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시 세계를 구축한 한국 현대 시인이다.

  • 출생: 1945년 7월 1일, 평안남도 강동
  •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 직업: 시인, 교수 (인하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 등단: 196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순례자의 노래〉 당선
  • 수상:
    • 1981년 소월시문학상
    • 2001년 현대문학상
    • 2011년 고산문학대상
    • 2022년 만해문학상

강은교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더불어 철학적 깊이를 가진 시로 평가받는다. 또한 민중의 삶과 시대적 고뇌를 담아내는 시인으로서도 큰 역할을 해왔다.


2. 대표작과 주요 시집

대표 시집

  • 《빈자일기》(1976)
    • 존재의 고독과 내면적 성찰을 담은 작품.
  • 《초록 거미의 사랑》(1980)
    • 자연과 사랑, 생명의 신비를 노래함.
  • 《바람노래》(1985)
    • 자연과 민중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는 시집.
  • 《시간은 주머니에 숨는다》(1993)
    • 시간과 존재의 문제를 탐구하는 시들이 담김.
  •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2005)
    • 인생의 깊이를 되새기는 성찰적인 시집.
  • 《세상의 별들은 다 눈이 부시다》(2015)
    • 삶과 사랑, 죽음을 아우르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시집.

대표 시

  1. 〈순례자의 노래〉
    • 삶의 여정을 순례자의 모습에 빗댄 시.
  2. 〈우리가 물이 되어〉
    • 사랑과 자연의 조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
  3.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주제를 담은 시.
  4. 〈바람노래〉
    • 바람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노래함.

3. 강은교의 작품 세계

1) 서정성과 철학적 사유

강은교의 시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삶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철학적 성찰이 깃들어 있다. 시간과 공간, 사랑과 고독, 존재와 소멸 등의 주제를 시적 언어로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2)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녀의 시에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세계관이 자주 등장한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과 사랑,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우리가 물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 때 / 바람의 길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별이 될 때"
— 〈우리가 물이 되어〉 중에서

3) 역사와 민중에 대한 관심

강은교는 시대적 아픔과 민중의 삶을 노래하는 시도 많이 썼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사회적 불의와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를 담은 시들이 많아졌다.

4) 여성적 감수성과 사랑의 시 세계

그녀의 시에는 깊은 사랑의 감정과 여성적인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 있다.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힘으로 바라본다.


4. 문학적 의의와 영향

  •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서정시
    •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탐구를 담은 시를 써왔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 여성 문학의 대표적인 시인
    • 여성의 감성과 언어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했다.
  • 자연과 사랑을 통한 세계의 이해
    •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했다.

5. 결론 – 강은교 시가 주는 의미

강은교의 시는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들로,
삶과 사랑, 자연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 세계를 만들어왔다.

그녀의 시를 읽으면,
한 편의 시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나는"
—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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