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를 불렀다
한 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 없이 손해보며 살려하진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시인은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기악과를 졸업하였습니다.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하였고, 이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작가세계 신인상에도 당선되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누가 살아 노래하나』(1987), 『실연가』(1990),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997) 등이 있습니다. 특히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삶의 시련과 고독을 담아낸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재진 시인의 작품 세계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내면의 성찰을 주제로 합니다. 그의 시는 삶의 상처와 사랑의 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그는 시뿐만 아니라 산문과 동화집도 출간하며 문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였습니다.
한편, 김재진 시인은 방송국 PD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1995년 이후 명상과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정목 스님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과 아픈 어린이 돕기 '작은 사랑'을 만들었으며, 현재는 명상전문방송 유나(www.una.or.kr)를 통해 명상과 마음공부를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관심을 두어 전시회를 개최하며, 시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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